추석을 맞아 이틀 연차를 내고 부산에 다녀왔다. 귀경길이 막힐 까봐 일부러 추석 당일 저녁에 출발했고, 다행히 막히지 않아 집에는 새벽 1시경 도착했는데 잠이 안와서 아이폰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But, 백업데이터도 받아두지 않았는데 에러가 발생해서 노트북도 켰다. 부랴부랴 아이튠즈 다운받고 복원시키며 포스트 중.
부산 집은 갈수록 더러워지고 있다. 엄마는 몸이 더 안좋아 보이고 아빠는 잔소리가 심해졌다. 동네는 여전히 한적하고 조용하다. 이제 동네 친구는 어쩌다 마주치기도 힘들어진 것 같다. 2001 아울렛은 엔씨 백화점이 되었고 씨너스 대신 메가박스가 입점했다. 서울에 있다가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갔더니 부산이 너무 시골처럼 느껴졌다.
관상을 보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좋아하는 마무리는 아니었다. 초반 7~10분 정도를 놓치고 들어갔는데 초반에 뭔가 복선이 있었을 것 같아 궁금하다. 놓친 앞부분만 보고 싶다.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지만 내가 봤을땐 송강호 원톱의 영화였던 것 같다.
부산에서의 일상은 깸과 잠의 반복이었다. 새벽에 베리 약을 챙겨주느라고 밤 동안 잠을 잘 못자서 인지, 그냥 피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에 잠이 깨서 설쳤기 때문인지, 아침을 먹고 다시 낮잠을 자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고 다시 잠드는 막장 생활을 계속했고... 그래서인지 시간이 잘 갔고, 힐링되는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베리 눈은 아직도 좋지 않다. 낫질 않네. 내일 아침에 눈뜨면 샤워하고 병원부터 다녀와야겠다.
베리의 허피스 증상은 눈으로만 왔다. 다른 호흡기 질환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식욕이 왕성하다.
월요일 병원 진료 후 목요일에 다시 내원해서 몸무게를 쟀는데 무려 200g이 늘었다. 중성화 전에는 까탈스러운 식성으로 사료나 캔을 뜯어줘도 조금만 먹고 새침하게 돌아섰는데 요즘은 목카라를 씌워두어도 바닥에 떨어진 것 하나까지 찾아 먹고 있다. 심지어 병원에서 사료 조절 좀 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3일만에 200g은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지. ㅋㅋㅋㅋ
다행히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았다. 자꾸 신경써서 보다보니 이젠 내가 의사 선생님이 얘기하신 수지상 궤양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해서 내가 육안으로 봐도 심해지지 않은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여쭤보니 2주 정도는 시간이 걸리는게 보통이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한다.
수지상 궤양?
수지상이라는 말은 나뭇가지처럼 생긴 모양이라는 것이며 궤양이라는 것은 피부 조직에 결손이 발생했다는 거다.
따라서 베리의 경우, 나뭇가지 모양의 피부 결손이 각막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력 장애도 동반된다(동공 앞에 각막의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 증세가 심해져서 각막에 천공이 일어나는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 베리의 각막에는 이 나뭇가지 모양이 가로로 누워서 왼쪽은 1m, 오른쪽은 2.5m 정도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자세히 관찰되지 않았고 동공 앞이 뿌옇게 무언가가 끼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4시간 마다 넣어줘야 하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냐고 여쭤봤는데 없다고 해서 대 실망. 회사원에서 4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도 허피스는 바이러스 질환이라 안 넣을수도 없고... 내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바이러스 제제의 이름은 오큐플리딘이다. 가격은 3만원.